보증금 떼인 세입자가 '대항력은 포기할게요'라고 쓴 경매 물건, 2,507건이었습니다

※ 2026-09-12 정정: 법원 최저매각가격을 전 회차 금액으로 잘못 적은 오류를 바로잡았습니다.

대항력과 우선변제권 지식글 커버

경매 물건 비고란에서 '대항력 포기조건부 매각'이라는 문구를 보면 다들 멈칫합니다.

대항력은 임차인이 낙찰자에게 '나 안 나갈래'라고 버틸 수 있는 권리인데, 그걸 스스로 포기한다니 이상하죠.

그런데 진행 중인 전국 경매 물건을 세어보니 이런 문구가 붙은 물건이 2,507건이었습니다.

이걸 이해하려면 먼저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서로 다른 권리라는 걸 알아야 해요. 이 둘의 차이와 실제 사례를 데이터로 확인해보겠습니다.

대항력 — '집에 계속 살 수 있는 힘'

대항력은 임차인이 집을 낙찰받은 새 주인(매수인)에게 임대차 관계를 주장할 수 있는 권리예요.

요건은 두 가지, 주택의 인도(입주)와 전입신고입니다. 둘 다 마친 다음 날 오전 0시부터 효력이 생겨요.

전입일이 말소기준권리(보통 최초 근저당 등)보다 빠르면 대항력이 있고, 그러면 낙찰자는 임차인을 함부로 내보낼 수 없습니다.

보증금을 다 못 받았다면 낙찰자가 그 남은 돈을 물어줘야 나갈 수도 있어요. 그래서 '인수' 위험이라고 부릅니다.

우선변제권 — '돈을 먼저 받을 수 있는 힘'

우선변제권은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경매 배당 절차에서 다른 채권자보다 순위를 앞세워 보증금을 받아갈 수 있는 권리예요.

요건은 대항요건(인도+전입)에 확정일자까지 더해야 합니다. 그리고 배당요구종기까지 실제로 배당을 요구해야 돈을 받습니다.

즉 대항력은 버티는 힘이고, 우선변제권은 먼저 받는 힘입니다. 둘 다 있을 수도, 하나만 있을 수도, 둘 다 없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세어봤습니다 — 대항력 포기, 2,507건

개념 설명만 하면 다른 글과 똑같으니, 저희가 가진 전국 경매 데이터를 직접 집계했어요.

2026년 9월 9일 기준 진행 중인 물건 42,626건 중 비고란에 대항력이 언급된 물건은 2,834건(6.65%)이었습니다.

법원 비고란 대항력·우선변제권 문구 전수 집계

그런데 이 중 88.5%인 2,507건이 ‘대항력 포기조건부 매각’이었어요.

대항력 언급 물건 대부분이 '버틸 수 있는데 안 버틴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는 뜻입니다.

이런 물건에는 대부분 주택도시보증공사(HUG, 3,056건 언급)나 한국주택금융공사(HF, 56건 언급)가 등장합니다.

두 기관은 전세보증금·전세자금대출을 대신 갚아주는 보증기관이에요. 세입자에게 돈을 대신 갚아주고(대위변제), 그 세입자의 권리를 넘겨받습니다.

실제 사례로 보면 이렇습니다

가장 설명이 자세히 적힌 물건 하나를 그대로 옮겨볼게요.

① 우선변제권만 주장하고 대항력은 포기 — 2025타경100846 (서울중앙지방법원)

관악구 신림동 오피스텔입니다. 감정가 2억 3,200만원, 7회 유찰로 최저가가 1억 4,848만원(64%)까지 내려왔어요.

비고란 원문은 이렇습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로부터 임차권자 서섭운의 우선변제권을 승계하였다는 권리신고 및 배당요구신청서가 제출됨"

이어서 "우선변제권만 주장하고 대항력 포기하며, 임대차보증금 전액 변제받지 못해도 매수인에 대한 잔존 임대차보증금 반환청구권을 포기하고 임차권등기 말소에 동의한다는 확약서가 제출됨"이라고 적혀 있어요.

이 물건에는 이런 임차권자가 두 명(서섭운·박가현) 등장합니다. 각자 별도 확약서를 냈어요.

즉 HUG는 배당에서 돈은 받아가지만(우선변제권), 낙찰자에게 버티지는 않겠다(대항력 포기)고 스스로 못 박은 거예요.

② 같은 구조의 다른 사례 — 2024타경117502 (서울중앙지방법원)

종로구 명륜3가 빌라입니다. 감정가 3억 8,000만원, 9회 유찰로 최저가가 2억 4,320만원(64%)입니다.

비고란에는 "임차보증금반환채권승계인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매수인에 대한 대항력 포기조건 매각"이라고 짧게 적혀 있어요.

①번처럼 자세한 확약서 문구는 없지만 결론은 같습니다. HUG가 승계한 임차권의 대항력을 포기한 조건이에요.

③ 다른 기관 사례 — 2025타경102543 (서울중앙지방법원)

종로구 숭인동 아파트입니다. 감정가 1억 2,700만원, 8회 유찰로 최저가가 6,502만 4천원(51%)까지 내려왔어요.

이번엔 HUG가 아니라 한국주택금융공사(HF)가 등장합니다. "임차보증금반환채권승계인 한국주택금융공사의 매수인에 대한 대항력 포기조건 매각"이라고 적혀 있어요.

오피스텔·빌라·아파트 세 가지 용도, HUG·HF 두 기관 모두에서 같은 패턴이 확인됩니다. 특정 기관·특정 물건 유형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는 뜻이죠.

입찰 전 이런 순서로 확인합니다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섞여 나오면 혼란스러우니, 순서대로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1. 매각물건명세서에서 임차인의 전입일자와 말소기준권리(최초 근저당 등) 설정일을 비교하세요. 전입이 더 빠르면 대항력이 있습니다
  2. 확정일자가 있는지, 있다면 그 날짜를 확인하세요. 확정일자는 우선변제권의 요건이지 대항력의 요건이 아닙니다
  3. 배당요구를 했는지, 배당요구종기 안에 했는지 확인하세요. 대항력은 있는데 배당요구를 안 한 경우가 낙찰자에게 가장 위험한 조합입니다
  4. 비고란에 '대항력 포기조건부 매각'이 적혀 있다면 누가(HUG·HF 등) 포기했는지, 확약서 제출 여부까지 원문 그대로 확인하세요
  5.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 해당 여부는 별도로 확인하세요. 확정일자가 없어도 일정액을 먼저 배당받는 제도입니다
  6. 금액이 크면 입찰 전 전문가 상담을 받으세요. 여기서 아끼는 비용이 가장 비쌉니다

자주 하는 실수

  • 확정일자가 있으니 대항력도 당연히 있다고 오해하는 경우 — 요건이 서로 다릅니다
  • '대항력 포기조건부 매각'을 보고 무조건 위험하다며 후보에서 지우는 경우 — 오히려 낙찰자에게 안전한 조건인 경우가 많습니다
  • 전입일과 말소기준권리 날짜를 비교하지 않고 '전입신고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판단하는 경우
  • 배당요구 여부를 확인하지 않아 대항력 있는 임차인의 인수 가능성을 놓치는 경우
  • 대항력·우선변제권과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를 같은 제도로 혼동하는 경우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은 다른 권리입니다. 둘을 나눠서 확인하면 비고란 문구가 훨씬 덜 무서워집니다.

'이렇게 하면 된다'가 아니라, 위 기준으로 하나씩 확인하고 개별 사안은 전문가 상담을 거치시길 권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대항력과 우선변제권 중 뭐가 더 중요한가요?
A.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대항력은 낙찰자에게 계속 거주를 주장할 수 있는 힘이고, 우선변제권은 배당에서 돈을 먼저 받을 수 있는 힘입니다. 둘 다 있으면 유리하지만, 실제 효과는 배당요구 여부·순위 등 개별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져 전문가 확인이 필요합니다.

Q. 확정일자만 받으면 우선변제권이 생기나요?
A. 아닙니다. 확정일자만으로는 부족하고 대항요건(주택 인도+전입신고)이 함께 갖춰져야 우선변제권이 생깁니다. 그리고 배당요구종기까지 실제로 배당을 요구해야 돈을 받을 수 있습니다.

Q. '대항력 포기조건부 매각'이라고 적혀 있으면 위험한 물건인가요?
A. 이번 집계에서 확인된 2,507건은 대부분 주택도시보증공사·한국주택금융공사가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대신 갚아준 뒤 그 권리를 승계하면서, 경매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대항력을 스스로 포기한 사례였습니다. 다만 개별 물건마다 비고란 원문을 반드시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Q.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와 대항력·우선변제권은 같은 제도인가요?
A. 다릅니다. 최우선변제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정한 일정 보증금 이하 임차인에게 확정일자가 없어도 다른 채권자보다 먼저 일정액을 배당하는 별도 제도입니다. 대항력·우선변제권과는 요건과 효과가 다릅니다.

이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의 참고 자료이며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대항력·우선변제권의 성립 여부와 그 효과는 전입일자·확정일자·배당요구 시점·말소기준권리 등 개별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지고 최종적으로는 법원이 판단하는 사항이므로, 입찰 전 반드시 변호사·법무사 등 전문가와 상담하시고 매각물건명세서·현황조사서·등기사항증명서를 직접 확인하세요. 통계는 courtauction_dev.db court_items_current(2026-09-09 기준 진행 중 물건 42,626건)를 대법원 법원경매정보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집을사듀오가 자체 집계한 것이며, 법원 비고란에 기재된 문구를 세었을 뿐 개별 물건의 권리관계를 판정한 것이 아닙니다. ⓒ 집을사듀오 jipsadu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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