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은 내 건데, 땅 밑은 한전 겁니다 — 구분지상권 걸린 경매 물건 70건, 최저가율 9.9%p 더 낮았습니다
등기부등본 을구에 "구분지상권설정등기"라는 문구를 보고 그냥 넘어가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름부터 낯설고, 비고란에도 한 줄만 적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쉽습니다. 그런데 이 등기 하나 때문에 땅은 내 소유인데 그 위나 아래 특정 공간은 평생 남이 쓰는 상황이 생깁니다. 저희 데이터로 이게 실제로 가격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세어봤습니다.
전국 진행 중인 법원경매 물건 48,692건 중 비고란에 구분지상권이 언급된 물건은 70건으로 전체의 0.14%에 불과했습니다. 흔하지는 않지만, 걸리면 낙찰가에 확실히 영향을 주는 권리였습니다.
구분지상권은 '땅의 특정 층만' 남에게 내주는 권리입니다
민법 제289조의2(구분지상권)는 지하 또는 지상의 공간을 상하의 범위를 정해 건물이나 그 밖의 공작물을 소유하기 위한 지상권의 목적으로 설정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일반 지상권이 토지 전체를 쓰는 것과 달리, 구분지상권은 땅의 일부 층만 떼어 한국전력공사의 송전선로, 지하철·전력구, 가스배관처럼 특정 시설을 위한 공간으로 한정해 내주는 것입니다.
핵심은 토지 소유권과 별개로, 인수 여부에 따라 매수인이 그대로 떠안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매각물건명세서에 "말소되지 않고 매수인이 인수함"이라고 특별매각조건이 붙은 구분지상권은 낙찰받아 대금을 완납해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 땅 위나 아래 정해진 공간은 계속 한국전력공사나 철도공사 같은 권리자가 쓸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세어보니, 구분지상권 물건이 10%p 가까이 더 쌌습니다
2026년 9월 26일 기준 진행 중인 물건 48,692건의 비고란을 전수 검색했습니다.
구분지상권이 언급된 70건의 평균 최저가율은 52.8%로, 언급되지 않은 48,622건의 62.6%보다 9.9%p 낮았습니다. 평균 유찰 횟수도 2.79회로 전체 평균 2.08회보다 많았습니다. 표본이 70건으로 크지는 않지만, 걸린 물건일수록 여러 번 유찰되며 가격이 더 내려간다는 방향성은 뚜렷했습니다.
70건 중 비고란에 "매수인이 인수" 또는 "말소되지 않는다"고 명시된 물건이 30건(42.9%)이었습니다. 나머지는 인수 여부가 비고란에 따로 적혀 있지 않아, 등기부등본과 매각물건명세서를 직접 대조해야만 알 수 있는 경우입니다. 유형으로 보면 송전선·선하지·철탑 관련이 33건(47.1%)으로 가장 많았고, 순수 토지(임야·전답 등)에 설정된 경우가 46건(65.7%), 아파트·오피스텔 같은 집합건물의 대지권 목적 토지에 설정된 경우도 13건(18.6%) 있었습니다.
임야부터 아파트 대지까지, 구분지상권은 가리지 않습니다
2025타경51421(서산지원) 임야는 비고란에 "일부 선하지, 가스배관부지"라고 적혀 있고, 을구 3번 구분지상권 등기는 말소되지 않고 매수인이 인수한다는 특별매각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감정가 13억 1,642만원이 4회 유찰돼 최저가율 24%(3억 1,607만원)까지 내려간 상태입니다.
2025타경803(전주지방법원) 연립·다세대주택은 "대지권의 목적인 토지에 별도등기 있음(송전선을 위한 한국전력공사의 구분지상권)"이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임야나 전답 같은 순수 토지뿐 아니라, 우리가 흔히 사는 연립주택·아파트의 대지에도 구분지상권이 설정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감정가 1억 5,000만원이 2회 유찰돼 최저가율 49%(7,350만원)까지 내려갔습니다.
2024타경568(영동지원) 전답 일괄매각 물건은 목록 12·15번에 구분지상권이 성립돼 있고, 같은 사건 안에 분묘 소재·지분매각까지 겹쳐 있습니다. 여러 위험 요인이 한 사건에 쌓이면서 7회 유찰, 최저가율 21%까지 내려간 경우입니다.
구분지상권 물건, 이 순서로 확인합니다
- 등기부등본 을구에서 구분지상권의 목적(무엇을 위한 권리인지), 범위(상하 몇 미터인지), 권리자(한국전력공사·철도공사 등)를 확인합니다
- 매각물건명세서에서 "말소되지 않고 매수인이 인수"라는 특별매각조건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합니다. 이 조건이 있으면 낙찰 후에도 그 등기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 구분지상권이 설정된 범위가 내가 실제로 쓰려는 용도(건축·경작 등)와 겹치는지 따집니다. 지하 전력구처럼 눈에 안 보이는 시설이라도 건축 인허가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 감정평가서에서 이미 그 제한을 반영해 감정가를 낮췄는지 확인합니다. 제한을 감안한 가격인지, 아직 반영 전인지에 따라 실제 저평가 여부가 달라집니다
자주 하는 실수
- "구분지상권"이라는 단어를 법정지상권과 헷갈려 넘어가는 경우 — 법정지상권은 토지와 건물 소유자가 갈리며 법률상 생기는 권리이고, 구분지상권은 애초에 계약이나 협의로 특정 공간만 떼어 설정한 별개의 권리입니다
- 비고란에 언급이 없다고 안심하는 경우 — 이번 집계에서도 인수 여부가 비고란에 따로 적혀 있지 않은 물건이 70건 중 40건이었습니다. 비고란은 요약일 뿐이라, 등기부등본 을구를 직접 봐야 확실합니다
-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이라 토지 문제와 무관하다고 넘겨짚는 경우 — 전주지방법원 사례처럼 대지권 목적 토지에 구분지상권이 설정된 집합건물도 있습니다
구분지상권은 토지 소유권 전체가 아니라, 그중 일부 공간만 남이 쓸 수 있게 하는 권리입니다. 인수 여부와 설정 범위를 등기부등본과 매각물건명세서 원문에서 직접 확인하는 것이 첫 단추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구분지상권과 법정지상권은 뭐가 다른가요?
A. 법정지상권은 원래 같은 소유자였던 토지와 건물이 경매 등으로 갈리면서 법률상 성립하는 권리입니다. 구분지상권은 그와 무관하게, 애초에 설정 계약(협의)으로 토지의 특정 층(지하·지상 공간)만 떼어 지상권을 설정한 것입니다. 성립 원인 자체가 다릅니다.
Q. 구분지상권이 있으면 낙찰받아도 소용없나요?
A. 이 글에서 개별 물건을 판정하지 않습니다. 구분지상권은 토지 소유권 전체가 아니라 정해진 범위(예: 송전선이 지나가는 공중 공간)만 제한합니다. 그 범위가 내 활용 계획과 겹치지 않으면 문제가 적을 수 있지만, 반드시 등기부등본에서 범위를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Q. 매각물건명세서에 인수 여부가 안 적혀 있으면 안전한 건가요?
A. 아닙니다. 이번 집계에서도 비고란에 인수 여부가 따로 적히지 않은 물건이 40건 있었습니다. 비고란은 요약일 뿐이므로, 등기부등본 을구 원문에서 구분지상권 설정일과 말소 여부를 직접 대조해야 합니다.
Q. 구분지상권 설정자는 항상 한국전력공사인가요?
A. 아닙니다. 이번 집계에는 한국전력공사(송전선) 외에도 가스배관, 철도 관련 사례가 있었습니다. 설정 목적과 권리자는 등기부등본에 명시돼 있으니 사례별로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이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의 참고 자료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분지상권의 존속기간·범위·인수 여부는 물건마다 다르며, 이 글에서 개별 물건을 판정하지 않습니다. 입찰 전 반드시 등기부등본 을구·매각물건명세서·감정평가서 원문에서 구분지상권 설정 범위와 말소·인수 여부를 직접 확인하고, 판단이 어려우면 전문가 상담이 필요합니다. 통계는 courtauction_dev.db court_items_current(2026-09-26 기준 진행 중 48,692건)의 비고란(mul_bigo)을 대법원 법원경매정보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집을사듀오가 자체 집계한 것입니다. ⓒ 집을사듀오 jipsadu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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